청렴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시작된다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김기현
데일리전남입력 : 2025. 04. 20(일) 15:12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김기현
[데일리전남] 며칠 전, 사무실 복사기 앞에서 문서 몇 장을 출력하려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서류였지만 출력 몇 장쯤이야 괜찮겠지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고, 비용도 크지 않으며,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이 행동이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은가?”그 짧은 질문 하나에 나는 출력 버튼 대신 USB를 뽑아 들었다.

공직자로서 청렴은 이처럼 아주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원칙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다. 책상 위의 커피값, 출장 중의 식사 한 끼, 남은 예산 몇 천원의 집행 방식 하나까지, 모든 순간이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청렴은 공직사회의 기본이자, 행정 신뢰의 뿌리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세워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공직자가 부패하거나 원칙을 어긴다면 국민은 그 행정을 믿지 않는다. 신뢰를 잃은 행정은 방향을 잃은 배와 같다. 그저 움직이고 있을 뿐,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공직자는 언제나 ‘보여지는 자리’에 선다.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며, 공동체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다. 그렇기에 공직자의 청렴은 단순한 개인적 미덕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자 행정의 책임이다. 청렴은 거창하지 않다. 다만 꾸준해야 하며 스스로에게 당당해야 한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것, 그 하루가 쌓여야만 비로소 청렴한 행정이 완성된다. 그 시작은 지금 이 자리, 오늘의 나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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