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전남=정철원 기자] 전라남도 서북단의 작은 도시, 영광군이 서울로 눈을 돌렸다.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주요 부처의 문을 직접 두드리기 위해서다.

영광군은 올 7월 중, 서울 여의도 인근에 ‘영광군 서울사무소’를 개소한다. 정권 교체기와 정책 환경의 빠른 변화 속에서 지방정부의 신속한 대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중앙정치의 심장부 한복판에 자리 잡는 것이다.

군은 서울사무소를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기지”로 정의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정부 실무자와의 정기적 교류를 통해 예산 반영을 주도하고, 정책 흐름을 실시간으로 수집‧해석해 군정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국비 확보 전쟁의 최전선”이라는 표현처럼, 재정 의존도가 높은 기초자치단체로서 생존을 위한 ‘전초기지’의 성격도 짙다.

서울사무소에는 전담 인력이 상주하며, 국회와 부처를 대상으로 한 군의 주요사업 설명, 정책 브리핑, 출장 공무원 의전, 출향 인사와의 연계 활동 등을 수행하게 된다. 군 관계자는 “예산은 기획재정부 책상에서 결정된다”며 “사전에 타당성을 알리고, 수시로 얼굴을 비추는 일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영광군의 중앙 예산 확보 흐름도형 인포그래픽 이미지 /사진:데일리전남

서울사무소 설치는 결코 영광군만의 선택이 아니다. 전남도는 2007년부터 서울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도내 기초자치단체 중 10곳이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는 모두 서울 사무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그 기능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서울에 근무 중인 재경영광군향우회 관계자는 “타 지자체는 오래전부터 서울사무소를 통해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제라도 영광이 중앙에 교두보를 마련한 건 늦었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려도 존재한다. “1억5천만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몇 번 활용될지 불분명한 공간”이라는 일부 군의회의 지적처럼, 실효성에 대한 검증과 지속 가능성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 운영비 중 1억 원이 사무실 보증금, 3,600만 원이 연간 임차료 및 관리비로 배정돼 있다.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전체 예산은 약 1억9천만 원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는 서울사무소 개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한 지역사회단체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중앙정부가 귀 기울이지 않으면 끝”이라며 “서울은 지금 지방에겐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정책 패러다임이 ‘수요자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지방정부의 능동적 대응이 중요해지는 지금, 영광군의 서울 진출이 단순한 공간 확보를 넘어 어떤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