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전남] 장맛비가 쏟아지는 국립서울현충원. 검은 양산 아래, 이개호 국회의원의 발걸음이 묵직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향했다. 빗방울이 옷깃과 장갑을 적셔도, 그의 시선은 묘비 위에 새겨진 이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오는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앞두고 이 의원은 묘역 앞에 서서 분향을 올리고 약 30초간 눈을 감았다. 고인의 숨결이 여전히 깃든 듯한 고요 속에서, 그는 가슴속 깊은 존경과 그리움을 전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대한민국을 IT강국으로 만든 기반을 닦으셨고, 복지국가의 기틀을 세운 분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알려주셨습니다.”

이 의원에게 김대중은 단순한 존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의 칼바람 속,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관으로 곁에서 지켜본 두 달. 그는 그 시절을 4선 국회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경력보다 더 소중한 시간으로 꼽았다.
그 두 달이 그에게는 정치인의 길을 굳건히 세운 뿌리이자, ‘국민을 지키는 정치’의 의미를 가르쳐준 시간이었다.

“당시 대통령님의 리더십은 나라를 구했고, 국민의 삶을 다시 일으켰습니다. 저 역시 전남의 지역 낙후를 반드시 극복하고,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지켜내겠습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굵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정치인의 다짐이 아니라, 한 시대를 함께했던 후배가 스승 앞에서 하는 엄숙한 맹세처럼 들렸다.

그날, 김대중의 묘역에 울려 퍼진 이개호의 한마디는 단순한 정치 발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남의 미래를 향한 약속이었고,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빗물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