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전남]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한빛원전에서 잇따라 사고와 고장이 발생하면서 주민 불안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우려에 비해 원전 운영 측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는 반복되는데, 주민은 방치

지난해 6호기 격납건물 내부 공기 외부 방출, 올해 2호기 황산 191리터 누출, 5호기 원자로헤드 결함으로 인한 붕산수 115리터 누설, 2호기 계통수 3,600리터 누설까지. 불과 몇 달 사이 이어진 사고들은 주민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고가 나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뒤늦게 확인해야만 한다”는 주민들의 불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고가 일상이 된 원전은 더 이상 안전 신뢰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시위 “투명성 결여가 가장 큰 문제”

한빛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위원장 장세일 영광군수)는 8월 18일 본부를 항의 방문해 “잦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미흡하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위원회는 △주민 정서에 대한 이해 부족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 의식 부족 △사고 후 미흡한 설명과 소통 단절을 지적하며 “주민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투명한 정보 공개”라고 못 박았다.


본부 “보고 체계·소통 강화” 약속했지만

한빛원자력본부는 감시위의 지적에 △신속 보고 체계 구축 △간부 교육을 통한 지역 정서 이해 △소통 강화와 피드백 체계 마련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주민 사회에서는 “지금까지도 똑같은 약속만 반복돼 왔을 뿐”이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형식적인 답변이 반복되는 사이 주민 불안은 더 깊어지고 있다.


주민 신뢰 회복, 근본적 변화 없이는 불가능

감시위원회는 오는 8월 22일 회의에서 이번 방문 내용을 토대로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주민들은 원전 운영 주체가 사고 재발 방지와 안전 강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역시 “원전 안전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의 문제”라며 “사고 은폐, 늑장 공개, 형식적 소통을 반복한다면 원전은 지역사회의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갈등의 뇌관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빛원전은 더 이상 ‘사고 없는 원전’이라는 기본 신뢰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성에 기초한 근본적 변화다. 이 변화를 외면한다면 한빛원전은 지역사회의 안전 자산이 아니라 불신과 갈등의 상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