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전남]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에서 또다시 이상신호가 울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9월 30일(화) 00시 27분경, 한빛1호기 저압급수가열기 2C에서 고수위 경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조사 결과 3C 전열관 누설로 판단하고 오전 9시 41분부터 출력 감발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원자로 출력은 95.6%에서 79.0%로, 터빈 발전 출력은 1,006MWe에서 831MWe로 줄었다.

문제는 이번이 ‘돌발 이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열관 누설은 단순한 부품 결함이 아니라, 열효율 저하와 안전계통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신호다.
하지만 한수원은 또다시 “안전에는 이상 없다”, “예방정비 차원”이라는 전형적인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원인 규명과 근본 대책인데, 한수원은 ‘사고 없는 원전’ 통계에 집착하며 문제의 본질을 덮는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

한빛원전은 그동안 결선 오류, 비순정 부품 사용, 방사선 감시기 오작동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예방정비’라는 말로 사실을 희석하고, 정비 착수 시점·누설량·복구 일정조차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폐쇄적 운영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수원은 감발 사실을 통보했을 뿐, 언제 어떤 부위에서 누설이 발생했고, 그 원인이 설계 문제인지, 피로 손상인지, 관리 부실인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한빛원전 주변 지역 법성면 주민 K씨는 “한수원이 ‘투명한 원전 운영’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통제된 정보만 골라내는 ‘통계 관리 행정’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한빛1호기의 전열관 누설은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
피로 손상, 진동, 열응력, 부식 등 복합적 원인이 누적돼 생기는 문제로, 결국은 한수원의 노후 설비 관리 실패와 예방정비 체계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다.
하지만 한수원은 여전히 ‘부분 수리’에 그치며, 전체 계통의 취약성·노후화 문제를 진단하는 종합 점검에는 소극적이다.

한빛원자력안전위원 P씨는 “전열관 누설은 경미한 이상이 아니라, 설계·운전·정비 모든 과정에서의 구조적 취약성을 경고하는 신호”라며 “이번에도 ‘봉합식 조치’에 그친다면 제2, 제3의 사고는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한빛원전 주변 지역 영광읍 주민 J씨는 “사고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한수원이 언제나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침묵의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안전하다’고만 하고, 구체적 정보는 감춘다.
이게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태도냐”는 분노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들어서만 한빛본부는 방사선 감시기 결선 오류, 비순정 SKF 베어링 사용, 지원사업비 불투명 배분 등 각종 관리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개별 사고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관리 실패”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강조하는 ‘안전운전’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사후 해명이 아니라, 실시간 공개와 정례 브리핑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빛본부가 진정한 공공기관이라면,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덮기보다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단체 C씨는 “이제 국민이 바라는 건 ‘사고 없는 원전’이 아니라, ‘은폐 없는 원전’이다”라며 “사고를 막지 못하더라도,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공유하는 것이 신뢰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사고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실을 통제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비’가 아니라 ‘진단’이다.